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 추운 서울을 떠나 따뜻한 여름 나라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시간을 보낸 지 어느새 11일째다.
남국의 어느 카페에 앉아 틈틈이 올해 회고를 작성해본다.
어쩌다 치앙마이에서 보내는 휴가인지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사실 올해의 나에게는 휴가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지치지도 힘들지도 않았고 오히려 연초에는 지인들에게 걱정이 없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이야기했었으니까. (역시 사람은 말 조심을 해야한다)
별 탈 없이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가 시작될 무렵 리멤버 앱의 새로운 첫 화면이 본격적으로 배포되었고, 새 화면을 사용자들에게 잘 설득시키기 위한 여러 팔로업 업무들이 시작되는 상황이었다. 프로덕트 디자인팀 리딩으로 UX 원칙과 라이팅 원칙을 만드는 일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잘 해내고 싶은 일들도 시작되고 있었다.
그때쯤 개인적인 일로 힘든 순간이 찾아왔다.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바람에 결국 팀 리더님께 SOS를 요청했지만 사실 그 누구도 대신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대신 해결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걸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견뎌내는 데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 (리더님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들어줬던 친구들까지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
어느 정도 일이 수습될 무렵, 스스로 위험 신호로 느끼는 시그널이 반복적으로 느껴졌다. 머릿속에서 계속 레드라이트가 번쩍번쩍 거렸다. 뭔가 환기가 필요한 상황이라 무리해서라도 연말 휴가 계획을 잡고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기로 했다. 연말 휴가라는 확실한 데드라인을 잡으니 당장 해야할 일과 일정이 명확해졌다.
내가 바꿀 수 없는 미래라면 문제에 이끌려 다니지 말고 내가 해야할 일에 더 집중해서 해내자!라는 마인드로 연말까지 잘 버텨냈다. 마음은 뒤숭숭한데 오히려 커리어적으로는 여러 기회들이 많이 찾아온 덕분에 일로 도피할 수 있었다.
많은 일들을 잘 마무리하고 휴가를 떠난 지금, 여행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이 되어서야 마침내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한해를 되돌아보며 올해를 몇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키워드로 돌아보는 2023
리멤버
리멤버에 입사한 지 어느새 1년 8개월 정도 되었다. 그 사이 몇 번의 조직 변경이 있었고 덕분에 여러 도메인을 경험할 수 있었다. 2023년에는 파운데이션 크루에서 쭉 프로덕트 디자이너 역할을 수행했는데 올해는 유독 PM/PO와 협업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자체 리딩 Task가 많았다.
그동안 어떤 역할을 했는지 되돌아보면 연초에는 Web to App을 위한 여러가지 시도들을 했었고 때문에 해볼 수 있는 시도란 시도는 다 해봤던 것 같다. (역시 쉽지 않구나를 느꼈던…)
이후 상반기 대부분은 리멤버 App의 새로운 첫 화면인 투데이탭을 준비했었다. 초기 베타 버전부터 사용성 테스트 후 몇 번의 개선과 베타 VOC를 반영하여 모든 유저에게 배포가 되었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희선님과 좀 더 밀접하게 Task들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리멤버만의 프로덕트 원칙은 어떻게 해야하고 UX 원칙과 Writing 원칙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Writing 원칙을 고민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중요성을 여러모로 크게 느껴 관련 서적을 읽기도 하고 ‘글_잘쓰고_싶어서’라는 사내 스터디를 만들기도 했다.
리멤버 디자인 시스템들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너무너무 개선하고 싶었던 아이콘과 컬러 시스템(아직 일부이지만)을 개선했다.
아이콘, 컬러, 폰트와 같은 요소들은 사용자에게는 공기 같은 거라 평소에는 잘 모르다가도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면 ‘이상하다’, ‘불편하다’로 이어진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은 이미 개선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실행하기 어려웠는데 틈틈이 준비해서 개선할 수 있었다.
사실 개선해야 할 요소들은 너무나 많이 남아있지만 기회가 되면 내년에 틈틈이 개선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외에도 아직 공개할 수 없는 여러 Task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에 해당하는 긴 호흡이 필요한 Task들이라 아직도 진행 중인 것들이 많다.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크루원들도 팀원들도 다들 도와주시고 같이 고민해주셔서 시도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고 성장할 기회들도 많았다.
교육/멘토링
올해 뜻밖의 기회로 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및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오프라인 강의
는 50여 명의 예비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어떤 역량을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취업 시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지를 다룬 취업 멘토링 강의였다.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처음 해보는 오프라인 강의여서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PPT 자료는 40쪽 정도로 구성되었고, 시간을 딱 맞춰 내용을 전달하고 질문에 답하는 등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 강의는 올해 경험한 가장 짧은 한 시간이었다.
휴가 직전에는
온라인 강의
를 진행했다.총 12시간의 강의로, 주제는 전 오프라인 강의와 유사하게 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과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의 준비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매번 3시간의 강의를 진행했었는데, 한번에 3시간을 내리 강의를 하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200여명의 수강생들과 소통하며 강의 시간을 꽉 채웠었다. 수강생들이 열정적이라 매 강의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강의를 진행하기 전에 내용이 어려울까봐, 재미없을까봐 걱정했지만, 강의가 끝날 때마다 수강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뿌듯했다.
강의를 통해 얻은 지식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수강생의 후기를 받아들이며 일과는 별개로 또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 중이던 두 개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하나는 팀 멤버들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중단되었다.(아쉽지만 현생이 더 중요하니까..!)
다른 하나는 어느 정도 워킹하고 있는 상태이다. 아직은 공식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더 개선하여 공식적으로 배포할수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 업무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곳에서는 일에서 나오는 고민들을 풀어보는 즐거움을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느낄 수 있다.
운동
벌써 3년째 출근 전 운동을 하고 있다. 매일 새벽 6시 반에 기상해서 거의 매일 아침 7시에 운동을 시작한다. 올해도 운동 기록을 보면 이틀에 한 번 정도로 거의 매일 운동을 실천했다.
처음에는 3년 전의 사고로 인한 재활이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필수적인 아침 루틴이 되었다. 처음에는 퇴근 후에도 운동을 시도했지만,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컨디션이 우선이기 때문에 피곤할 때는 건너뛰기도 했다.
현재는 헬스 PT와 필라테스를 병행하고 있는데, 자세 교정과 함께 운동 효율이 크게 향상되었다.
운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체력 덕분에 어려운 일들도 잘 버텨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운동은 평생동안 내 일상의 일부가 될 것 같다.
책
올해는 몇 권의 책을 읽었을까? 총 20여 권의 책을 소화했다. (아직 완독하지 못한 책들도 존재한다.) 이들 중 대다수는 직무와 관련된 도서나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이었다.
현재 휴가 중이며 읽을 책으로는 '역행자'를 선택했다. 내가 보유한 다양한 리소스를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치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다뤄보고 있다.
여전히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많이 써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현재의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글을 남기고 있다.
새로운 시도
블로그 만들기
현재 쓰고 있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SEO 전략과 경쟁이 적은 키워드를 활용하여 구글 검색 상위에 랭크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략과 실험을 진행했고, 특히 Framer와 관련된 키워드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데에 성공했다. 개발 커뮤니티에서 블로그 소개가 이루어지면서 인입량이 증가했고, 콘텐츠 유료화 제안을 받았지만 아직은 실험할 부분이 많아서 거절했다.
멘토링
처음에는 지인의 요청으로 시작했지만, 교육 및 멘토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멘토링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고, 내년에도 여러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획에 없던 혼자만의 여행
그동안 해외여행은 대부분 친구와 함께 했었지만, 이번에는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떠났다. 여행이 거의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돌아보자면 너무 좋은 시간들이었다. 특히 그때 그때 그냥 내가 마음이 내키는 것들을 할 수 있었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끝없는 새로운 자극들 덕분에 재충전이 확실히 되었다.
정리
2023년은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만큼 성장의 기회로 삼아 많이 성장한 한 해였다. 성장에 대한 욕구가 크게 자극되었고, 24년에는 어떤 새로운 도전과 선택을 할지 기대된다.
2021년 이후로 다이어리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계획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24년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져서 계획과 전략을 토대로 한 해를 보내게 될 것 같다.
꾸준한 건강 관리와 좋은 인간관계, 업무 성과를 이루는 등 여러 면에서 좋은 결과를 이뤄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도 새로운 한 해 준비 잘하시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길!
현재 IT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으며,
일과 관련된 경험과 그 속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블로그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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